남자는 군대에 가서 배워 오는 것이 많다. 언어도 그중에 하나인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말들이 제대와 더불어 사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민간 사회에서도 널리 사용된다는 것이다.
-알아서 긴다- 이 말도 아마 군에서 발생한 언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군에 가기 전까지는
별로 들어 보지 못한 말인데, -잘 나왔다- 라는 말과 함께 알아서 긴다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었으니,

말의 생명이 길다는 것은 말이 내포하고 있는 해학적(諧謔的) 의미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듣기에 따라서는 상스럽기도 하지만, 대신 직설적 거친 표현 속에 담긴 자학적(自虐的) 의미까지, 메시지 
전달 효과는 확실한 것이 군대에서 발생한 언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알아서 긴다 란 말 속에는 자신이 약자라는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고, 강제로 당하기 전에 스스로
미리 화(禍)를 막아야 한다는 자학적 의미까지 포함된 짧으면서도 전달 효과가 확실한 군의 
특성을 잘 반영한 말이 알아서 긴다 이다.

세상사를 깊이 들여다보면 알아서 기지 못해서 발생하는 일들이 상당히 많다.
좀 야한 표현이지만, 죽을 만큼 좋다던 남녀가 살다 보면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권태기도 깊이 
들여다보면 알아서 기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있다.
신혼 시에는 만사 제쳐놓고 둘 만의 시간에 올인 한다. 그런 식으로 언제까지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스스로 알아서 부부 관계도 생활의 일부분으로 조절해 간다면 권태기는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게 안 되니까 강제로 떼어놓는 방법이 권태기라고 봐도 별로 틀리지 않은 생각이리라,

우리가 늙어 가며 꼭 새겨야 할 교훈이 알아서 긴다는 말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젊은 시절 고봉으로 먹던 밥을 해가 가며, 에너지 필요량의 감소를 의식해 한두 숟갈씩 줄여 간다면,
어느 날 털컥 앓아눕고, 회복하고 나면 식사량이 확 주는 조정기를 거치는 것과 같은 수난을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아서 기지 못하면 인체가 강제로 조금씩 먹어! 라는 조정을 하게 되고, 비스듬한 경사 
곡선이 아니라 툭 떨어지는 계단식 조정기를 맞는 것도 다 알아서 기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다.

젊은 시절 좋아하던 기름진 음식이 배 나오기 시작하면 담백한 일식을 찾게 되고, 이가 슬슬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면 폭 곤 설렁탕이나 곰탕을 즐겨 먹게 되고, 이성에게 잘 보여야 할 나이에는 새까맣게
많던 머리가 슬슬 빠져 대머리가 될 즈음이면, 이성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으니 미용상 필요한 머리카락
에 보낼 영양은 아끼자는 것이 자연의 섭리(攝理)이고 이런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이 알아서 기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는 시스템은 감당 하기가 어려우니 불필요한 곳에 쓰던
에너지를 줄이자는 것이 인체의 명령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지금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앞에서 길게 늘어놓은 여러 잡설(雜說)은, -알아서 긴다-는 말에서 배워야 할 교훈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세상에는 옳고 그름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알아서 기기가 어려워진다.
솔로몬의 재판에서 아이 엄마가 옳고 그름 만으로 따졌다면, 아이의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놓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누구도 아이의 다리를 놓은 엄마를 두고 제 아이라면 "끝까지 놓지 말았어야지"
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참사랑에 대한 좋은 교훈으로 후손에게 전해지고 있지 않은가?

순리는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안으로, 나라의 백성이 둘로 갈라져 싸우고, 목숨을 잃는 사람도 발생하고, 밖으로 눈을 돌리면 첩첩 
산중의 안개 속과 같은 미로(迷路)에 대한민국이 빠져있다는 생각이다.
돌이켜 보면, 순리(順理)에 따라 알아서 길 좋은 기회가 많았는데, 기회를 놓쳐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한걸음 물러나서 이 시대의 순리가 무엇인지 한번 고민해 보자.
우리는 적이 아니다. 같이 이 땅에 뿌리내리고 世世萬年을 살아갈 같은 민족이다. 미움을 버리자!
상스러운 표현이긴 하지만, 제발 좀 알아서 기자! 쪽박은 깨지 말아야 후손이 먹고살지 않겠는가?

* 민감한 문제를 다루려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글이 돼 버렸습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제는 화합과 통합에 모두 힘써야 할 때이니 알아서 처신하자는 건데,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