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도 2016-01-28 조회 808 추천 0
  •  내가 생활하는 이곳(베트남)에선 없는 것 없는데. 딱 하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 건강을 위해 삶의 일상 중에 발생하는 여러 오물 세척과,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를 원시적인 초자연의 풍경을 만끽하며 푸는 대중목욕탕이다. 
    아마 기후와 문화가 달라 그럴 것이라는 짐작도 해보지만 어쩐지 서운한 마음은 사워할 때마다 든다. 만약 이곳에도 현대와 원시가 공존하는 그곳이 있다면, 고국에서처럼 보고 느끼며, 그 속에 묻어 있는 원초적인 삶에 아주 작은 일부분이지만 그 모습을 느끼고 싶어서 추억의 그곳으로 향한다. 

    첫째 날 
    천자봉 새벽안개 자욱한 아름다운 고향 바다 풍광을 작은 목욕가방 속에 담아 달랑달랑 그리며 달려간다.
    늘 그러하듯 소죽도 목욕탕 매표소 아줌마에게 반가운 인사 주고받고서 2천 원 입장료 내고 51번 옷장 열쇠 받아들고 탈의실에서 묵은 허물하나 둘 벗어 던진 알몸으로 하얀 물안개 꽃 피어 있는 에덴동산으로 들어갔다. 
    동산에는 발가벗은 어린이, 젊은이, 늙은이, 모두 있고, 물안개 꽃 피어나는 따끈한 그곳에는 권력도 부자도 지식도 없는 자연의 원시 그대로니 참 보기 좋아, 간밤의 꿈을 따듯한 온탕에 녹이고 또 새로운 오늘을 차가운 냉탕에서 설계한다.

    둘째날, 
    저 멀리 부둣가에서 뱃고동 울리며 출어하는 뱃노래를 귓전에 담고 들어선 꿈의 동산은... 
    어떤 인간이 샤워하면서 쉬~ 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기분 잡쳤다. 
    여기가 무슨 뒷간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저거 집구석에서도 그렇게 하는지 묻고 싶다. 곁눈질로 살짝 보니 꽤 나이가 많아 보인다. 
    주위를 돌아보니 전부들 얼굴이나 손등 허벅지 위쪽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그래도 모두 열심히 문지르고 비누칠 한다 
    어떤 할아버지는 깊이 파인 주름위를 때수건으로 빡빡 문지르는데, 와~ 저렇게 해도 피부껍데기 안 벗겨지나 걱정된다. 
    또 어떤 사람은 여기가 헬스클럽으로 착각 했는지 목욕탕의 체조치고는 거식하며 좀 심하다. 
    어~저쪽 구석사람은 간밤에 무얼 했는지 한밤중이며, 축 처진 그곳이나 가리고 자빠져 자지 팅팅 불어 처진 그곳은 영 밥맛이다. 
    또한 탕 안에서는 별아 별 건강요법 동작이 다 동원되니, 이런 걸 두고 천태만상이라 하는가 보다. 
    오늘은 따끈따끈한 열탕에서 어제의 피로를 풀며, 내일의 꿈을 꾼다는 것이 영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하니 지금 이 시간여기 있는 많은 사람은 이제 정년으로 퇴직했거나 나이 들어 오갈 때 없는 우리의 아버지다. 맞다! 바로 나의 모습이었다.

    셋째 날, 
    조금 늦은 시간 보도블록위의 내 그림자 밝으며 찾아가 동산에 문을 여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여 휙~ 돌아보니 인테리어 한 거식이다.
    그놈은 자신이 잘난 듯 어께를 쫘~악 펴고 팔자걸음으로 탕 안을 휘저으며, 샤워기 앞에 들어서자마자 쉬~를 한다. 
    간밤에 무슨 심한 운동을 했기에 흐르는 액체는 청요리집 단무지 색이다. 
    그리고는 내리 그것부터 비누로 뻑 빡 문지른다. 
    탕 안의 모든 시선은 그놈의 그것으로 집중 되고, 째려보는 사람, 흘겨보는 사람, 보다 못해 고개를 숙인 사람, 천정을 보며 안보는 척하는 사람, 각양각색이라 참 재미있다. 
    잠시 후 그놈이 내가 꿈을 꾸는 탕 안으로 들어앉자마자 자기 집 안방처럼 개인전용 풀장으로 사용하면서 안하무인격이다. 
    사람들은 재수 없다는 표정으로 탕을 나온다. 
    나도 나와 비누칠하며 곰곰이 생각하니 어지간히 그곳에 자신이 없었든 모양이다. 
    그래서 비싼 돈 들여 제 몸에 난도질하여 품 잡는 저놈,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려고 저렇게도 인테리어를 심하게 했을까. 세상 여자들은 그것이 큰 것을 좋아해서일까, 참 아리송하며, 그리고 참 한심하다. 
    왜, 고기도 양식고기보다 자연산이 비싸고 맛도 좋지 않은가. 
    인간은 자기부모에서 물려받은 몸은 소중한 것이므로 잘 보존하여 정과 사랑으로 상대를 서로 존중하면서 이루어지는 사랑이야말로 고귀한 사랑일 것이다.
    셋째 날, 전날보다 조금 늦게 꿈을 꾸려 나선 발길이 동산을 나서자 나의 꿈은 허공으로 향했다.

    넷째 날, 
    오늘은 휴일이라 그른지 에덴동산에 어린이도 많다. 
    하~고놈 예쁘기도 하네. 냉탕에서 물장구치며 노는 두 놈을 보니, 이제 서너 살 정도 돼 보인다. 
    보들보들하고 야들야들한 뽀얀 피부 위에 땡그르러 구르는 아름다운 물방울은 
    진정 때 묻지 않은 맑은 수정 구슬이다. 
    그리고 대롱대롱 달린 고추와 땡자 담은 어린 것이기는 
    꿈에서도 보지 못한 천상의 아름다움이라 멀리 있는 손자 생각이 난다. 
    고놈도 저렇게 곱고 아름다울 텐데, 살며시 두 눈 감고 맛나게 꾸고 있는 꿈을 확 깨운다. 
    “야~인마 장난치지 말고 조용히 해” 한 어른의 고함이다. 
    소스라쳐 파란 입술이 되어 탕 밖으로 슬금슬금 기어 나오고 한참을 물장구치며 재잘거리든 어린 동심의 꿈은 사라져버렸다. 
    잠시 고요가 말없이 흘렀다. 그러나 동심의 꿈은 다시 이어졌다. 
    고 녀석들이 다시 냉탕에서 나의 꿈을 피워주고 있었다.

    다섯째 날, 
    새벽이슬 머금고 또다시 그곳으로 향하니 아침 바다 갈매기가 꾸르르.... . 끼욱 끼욱 울음 울며 반긴다.
    좋은 기분에 하나둘 던져 놓고 동산으로 들어서니 열탕 온탕 냉탕 새벽옹달샘 같다. 
    사워기가 쏘는 물발도 새벽 힘이 넘치고 물안개 꽃 피어 맑은 아담 탕은 독탕이다. 
    가까이 있어도 늘 그리운 임을 향해 맑은 물위에 마음으로 시를 쓰며, 희미한 눈으로 그리움을 그린다. 
    그리움은 시, 그림이 되어 피어나는 물안개 꽃 속으로 사라지고, 송골송골 매친 영롱한 땀방울이 수정 구슬처럼 아름다울 때, 나의 꿈은 깨어 늘 그리운 사람 곁으로........... .
    잠시 꿈을 꾸었다. 

    여섯째 날, 
    간밤의 그리움에 잠을 설쳐 따끈한 동산에서 오늘의 꿈을 꾸려고 찾아온 탕 안에서 살포시 눈을 감는다. 
    입구에 어렴 푸시 보이는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한 놈이 양치질하며 자리를 잡는다. 
    양치질도 유별나게 한다 치꺽 치꺽 온 주둥아리에 거품물고 “카~악 그~억 쾍~쾍” 더러워 죽는 줄 알았다. 
    지난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던지 아니면 간이 나쁘든지 둘 중의 하나다. 
    아따 그놈이 그리고 나서 떡 벌리고 앉더니 수도꼭지 마음껏 돌려 물을 철철 넘치도록 해놓고, 이태리타올로 덕지덕지 누룽지 베끼고, 대가리에 샴푸 떡칠하고 몸뚱어리에 보디 샴푸 하며, 주위 사람 아랑곳없이 유난히도 야단법석 떨고 나서 온천지 거품인 제 자리하나 정리 안 하고 일어나 탕으로 들어온다. 정말 예의가 똥이며 개차반이다. 
    또 그놈이 탕 안에서 똥 돼지 뒷다리 같은 발로 물장구를 철벅철벅 치며 잠수까지 하니 참말로 가관이다. 
    그러나 그놈 옆자리에 조용히 앉아 물 한 방울 튀기지 않는 점잖은 분을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눈을 감으며 생각한다.
    윌리엄 안츠ㆍ마크 빈센트는 모든 인간의 행동은 모두 의식의 파동이라고 했다. 
    대중문화 속에서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는 공공장소 대중목욕탕 문화도 엄연히 도덕과 윤리가 존재한다.
    우리서로가 조금만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이런 일들은 없을 건데...........

    일곱째 날, 
    목욕탕! 여탕이나 남탕에서 발가벗은 우리는 신이 창조하신 신비한 생명체이다. 
    여탕의 무리 지은 아름다움은 가보지 못해 상상했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가본 세상에서 그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었을 것이다. 
    지상 최대의 아름다움이 연출되는 목욕탕 안의 남녀노소 모두는 부끄러움도, 쑥스러움도 없는 그야말로 초자연이다. 
    그리고 잘남도 못남도, 지식도 무식도, 재벌도 걸인도, 권력도 불구자도 없는 더없이 넓은 자연의 무대이다. 그 무대는 각본도, 시나리오도, 연출가도, 관객도 따로 없다. 
    발가벗은 우리가 배우고 연출가이며, 재벌이고 박사이며, 대통령이고 관객이다.

    그동안 타국에서 그리 워든 칠 일간의 천국에서 나의 눈에는 아름다움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왜 아름다움보다 나쁜 모습만 보일까, 나의 잘못된 시각일까....... .
    신이 만들어주신 신비하고 아름다운 사람, 창조주의 선물인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공공의 장소를 대중문화 속에서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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