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자 (부동산중개인, 빅토리아여성회 회장,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아니, 이런 맥이면 침대에 누워있을 맥인데? 그 큰 눈(여늬 한국 사람 보다 큰 눈을 가진 침 선생님) 을 더 크게 뜨고,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다시 맥을 잡는다. 실은 이 말은 5년전 내 Family Doctor 한테 들은 이야기와 exactly the same 이다. 그래서 더 신기하고 놀라웠다. 한 분은 양의사요 한 분은 한의사다. 양의사는 피 검사를 한 결과를 보고 한 말이고, 지금 이 분은 단순히 맥 만 짚고 하는 말이다.

사실 오늘 나는 진료를 받고자 한의사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니다. 다른 말 끝에 내 외국 손님들로 부터 진료를 잘 하신다는 말을 들었다고 칭찬을 한 후, 내가 몇 년 전에 어깨를 다쳤는데 날씨가 궂은 날이면 아직도 통증이 온다고 하니 나처럼 3년 정도 지난 것도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자신도 어렸을 때 테니스를 치다 팔을 다쳤는데 자기가 직접 침을 배워서 고친 후에 다시 테니스를 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신기해서 정말 그럴까 싶었다. 옆에 있던 분이 진맥도 잘하시니 만난 김에 맥 좀 짚어 달라고 하세요 하길래 “어머 그래도 괜찮아요?” 하며 팔을 내밀었고 맥을 짚은 뒤의 말이 이러한 것이었다.

내심 나를 더 놀라게 한 사실은, 그렇다면 나의 건강은 5년 전보다 조금도 향상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나이가 드는데 건강이 더 좋아 질 수는 없겠지만 , 5년 전 그 당시는 건강을 당연시 여기던 때라 피 검사 후 my family doctor 가 당장 자기 사무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아 불려 가서 갑상선을 포함해 입원해야 할 정도로 안 좋은 건강이라는 주의를 받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랐었다. 피곤해도 계속 참고 일했던 게 원인이었던 것 같았다. 그 후 노력을 해서 갑상선도 정상으로 돌아 오고, 평상시처럼 일 열심히 하며 늘 건강을 주신 하느님과 건강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때때로 피로함을 느끼고 잠잘 시간이 모자라기도 했지만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아 고생하시는 분들 보다 낫지 하는 생각을 하며 감사하게 지냈다. 나름 내 건강에 자신을 갖고 있었다 고나 할까?

“침을 놓아도 기가 올라 가지 않습니다. 우선 기를 차려야 하니 도가니 탕이나 붉은 계통의 육류를 많이 드시고 비프 절키 같은 것을 차 안에 가지고 다니며 간식으로 드세요”. 내가 못 믿겠다는 소리로, “어머 저는 요즘 살이 쪄서 내일부터 다이어트 하려고 계획 중인데 더 살찌게 생겼네요” 했더니, 지금 그러면 큰 일 난 단다. 그건 살이 아니고 부은 거고, 지금 밥 심으로 겨우 지탱하며 배터리로 치면 거의 방전 상태 (10% 정도) 인데 무슨 소리 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갑자기 중환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그 선생님이 덧붙이신다. “일주일에 한 두 시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세요. Goofing off 를 하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야 머리도 쉴 시간이 있고 공간이 생깁니다. 잠도 하루 7-8 시간은 자야 합니다.” 한다. 나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뭔가 이상할 정도로 늘 바쁜 것이 좋고, 잠도 5시간 정도 자는 사람이라 그 말들이 아주 생소하게 들렸다. 어떻게 잠 다 자고 일을 하겠는가. 잠 잘 시간 줄여서 일을 해야지. 나와 일을 같이 하는 분들은 나한테 잠은 언제 자느냐고 한다. 요즘은 e-mail로 일을 하는 시대라 e-mail 주고 받는 시간이 기록되기 때문에 하는 얘기일 것이다.

침을 맞은 뒤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선생님이 적어준 대로 고기랑 Tea를 만들어 마실 재료를 사 가지고 집에 들어오니 밤 8시가 넘었다. 다른 때 같으면 늦었으니 대충 과일이나 요거트 정도 먹고 말았을 텐데 나는 착한 학생처럼 선생님이 말한 대로 고기를 구어 맛있게 먹으면서 오랜만에 나에 대해서 되돌아 보았다. 결론은 내가 너무 바쁘고 무리하게 일하면서 살아 온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선생님 말씀대로, 적어도 일주일에 1-2 시간을 내 자신 만을 위해 시간을 가져볼 생각이다. 이렇게 치료도 받고 정신적인 휴식도 가지며 내 몸을 사랑해주면 더 건강한 몸으로(지금도 건강하다고 나는 자부하지만…Energizer 란 내 별명처럼)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더 열심히 할 수 있고, 봉사도 더 열심히 하면서 살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희망과 기쁨으로 가슴이 살짝 부풀어 오른다. 아 참, 그러고 보니 그 선생님이 내 별명을 어찌 알고 배터리에 나를 비교 한 거지?

지난 해와 올 해 초의 날씨를 미루어 보아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살짜기 찾아와 우리에게 기쁨을 주듯, 건강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습관으로 올 한 해를 시작하게 되어 마음이 기쁘고 설렌다. 이제 나의 배터리를 100% 로 충전 시켜 삶의 질도 향상 시키고, 내가 하고 있는 두 가지 일을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게 해 준 자상한 선생님과, 무엇보다도 나의 방전 상태를 아시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센스 있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리며 다른 날에 비해 조금 이른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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