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알고있던 미국사는 문우 성민희님의 글이 재미있어서 우리 독자님들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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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네집 내니는 집안 사정이라며 혹은 아프다며 일주일에 하루 이틀씩 결석이 잦았다. 

그때마다 내가 후보선수로 뛰었다. 
나의 모든 스케쥴과 일상이 올 스탑 되는 건 물론 새벽에 눈을 뜨자 말자 한 시간 반을 달려서 출근. 

저녁밥까지 해놓고 한 시간 반을 또 프리웨이에서 시달리며 퇴근. 그야말로 몸부림을 치며 견딘다. 
그러나 낌새를 보니 딸은 나의 고생은 안중에도 없고 내니에게는 결근한 날도 꼬박꼬박 주급을 

계산해서 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모른척 했다.


두 달 전 일이다. 
내니는 집안 사정이 생겼다며 일주일 내내 결근이었다. 이런 장기 결근에도 주급을 줄거냐고 

물으니 딸은 고개를 갸우뚱 하며 그래도 생활은 해야하잖아. 했다. 
왜 일도 안 한 사람에게 돈을 주느냐고 내가 불퉁한 말투로 물었다. 
몸이 아파서건 사정이 있어서건 일은 못해도 먹고 입는 일상생활은 그대로 유지되고 생활비는 

들지 않느냐고... 딸이 나를 아주 매정한 사람이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얘가 바보야? 뭐야? 


내가 어이가 없어서 픽 웃었다. 
그러니까 아무런 망설임 없이 툭 하면 결근을 하는 거 아니냐고. 일을 안하면 안 한 만큼 지장을 

느껴야 결근을 안 하지. 내가 우락부락 마구 말을 뱉었다. 
내니가 안 오면 내가 매달려서 일을 하는데. 고생은 죽도록 내가 하고 일당은 그녀가 받고. 

이게 무슨 경우냐고. 돈을 받으려면 내가 받아야지. 
딸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제야 뭐가 느껴지는지 뭔지.


일주일을 보낸 후 내니가 다음날부터 온다고 했다. 내가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딸이 Bank of America 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딸이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돈!"
순간 내가 한 말이 생각나서 낯이 화끈했다. 
"엄마한테 이걸 왜 주니?"
"엄마가 달라고 했잖아." 아이쿠우~~ 이 에미가 그야말로 강도가 되었다.
딸과 사위, 손녀의 배웅을 받으며 문을 나서는 뒤통수가 마구 땡겼다. 집에 오는 내내 이 돈을 

돌려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갈팡질팡 했다.

그런데 이번 주에 또. 내니가 어깨를 다쳐 일주일간 내가 고생을 했다. 
이번에는 예쁜 땡큐카드에 돈을 넣어서 준다.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면서. 
냉큼 받았다. 나도 땡큐. 하면서.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그래. 뭐든 가르쳐야 해. 아이들은 몰라서 안 하는거야. 괜히 섭섭하니 

뭐니 하지말고 낯이 좀 뜨겁더라도 나를 대우해 달라고 말해야 해. 이 돈은 모두 애들 위해서 쓰면 되지. 뭐.
나는 책상 서랍에 소중히 보관해 둔 은행 봉투를 꺼내어 오늘 새로 받은 땡큐 카드 속에 곱게 접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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