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friend Rylan J.

2016.07.31 06:25

MsVictoria Views:19


박재숙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안녕 Rylan, 잘 지내고 있지? 네가 떠난지 벌써 3주가 지났다니 믿기지 않아. 가끔은 습관처럼 너의 이름을 부르거나 찾기도 했어. 우리 반에 처음 왔을때 기억나? 물론 너는 너무 어려서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어. 겨우 4살이었으니까. 너보다 더 큰 가방에 도시락을 들고 너는 위풍당당한 군인처럼 내게 걸어왔지. 곱슬거리는 금발머리에 통통한 너는 명화에서나 보던 천사였어. 푸른 눈을 반짝거리며 마치 늘 만났던 사이처럼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 때문에 우린 금방 친해질 수 있었던것 같아.

어젯밤 너에게 졸업식 선물로 줄 사진을 고르다가 재밌는 동영상을 찾았어. 2년전, Lin이 백번쯤 ‘Let it go’를 열창하는데도 진지하게 경청하는 네 모습이 담겨있었어. 그러던 네가 작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누구보다 크게 캐롤을 잘 불러줘서 정말 자랑스러웠어. 우리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둘걸. 내가 우리반 친구들보다 더 긴장해서 까맣게 잊었나봐.

간혹 내가 사물함에 앉아 있으라고 한 적 있잖아. 네가 친구들과 장난감을 두고 다투거나 규칙을 어길때는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해서 그랬어. 교실 구석에 돌아앉아 있거나 힘없이 걸어가는 너를 보면 당장이라도 ‘늬우쳤으면 됐어’ 하고 싶지만, 다툰 친구들이 불공평하게 생각할까봐 그러지 못했어. 그래도 잠시 뒤에 배시시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듯 나를 안아주면 혹시 마음을 다치게 한것은 아닌가 후회했어.

넌 정말 따뜻한 친구야. 가족도 오랜 친구도 없는 빅토리아에서 너는 늘 나를 안아주고, 어깨도 토닥여주곤했지. 난 어쩌면 네가 가르쳐준대로 다른 친구들을 대하고 있는것같아. 우린 무섭거나 지루할까봐 화장실에서도 책읽거나 노래 부르면서 기다려주고. 그래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똥’얘기는 안하는게 좋겠어. 우리끼리는 비밀이 없어서 오늘의 똥은 카라멜같이 찐득하고, 어제는 브로콜리색 같다고 웃어댔지만, 다른 사람들은 ‘으웩’이라고 싫어할 수도 있어.

참, 우리 즐겨하던 그림 그리기. 책상위에 미술도구만 놓아두면 친구도 자동차도 관심없어 했는데, 지금은 캠핑장에서 그림에 빠져있겠지? 보물섬 지도 그리면서 야자숲, 날으는 용, 열기구, 해적선, 인어, 소용돌이도 그려서 벽에 붙였었잖아. 떠오르는게 없어서 커다란 문어를 바다괴물 대신 그렸는데, 네가 무섭다고 그 위에 덫칠했을때 내가 짜증낸일 말이야. 사실 내 그림을 대단하게 생각해줘서 속으로는 고마웠어.

너는 몰랐겠지만, 너희 가족이 2달 일찍 캠핑을 떠난다고 들었을 때,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엄청 크게 울었어. 네가 엄마 보고싶다고 울었을 때처럼 엉엉. 진짜야! 왜냐면 물미끄럼틀, 과일채집, 곰사냥등 야외활동하면서 마지막 여름을 재밌게 보내고 싶었거든. 너무 어린애처럼 울어서 조금 창피하긴 했는데, 너희 엄마와 아빠가 나를 이해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싶어.

Rylan, 지난 2년동안 너는 내게 늘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해줘서 이별하기가 무척 어려웠어. 가을 새학기에 너와 함께 할 선생님에게 얘기해주고싶어. 당신도 나처럼 큰 행운아라고. 어렵고 힘들지만 이제는 말해야겠지. 안녕. 그리고 앞으로도 늘 안녕이라고 인사 해줄래. 네가 더 크게 자라 허리숙여 나를 안아줄때까지

사랑을 담아 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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