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자들의 횡포

2017.04.3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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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영 소설가/문학평론가 빅토리아문학회 회장

지난해 10월 초 한 TV 방송사가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소유했던 Tablet PC 를 찾아 내고 그 안에 있던 File의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그 후 국내외 모든 한국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적나라한 실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어 권력을 행사한 최근까지 박근혜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들 이었습니다.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보통 사람들 보다 못한, 수준 이하인 것이 드러났습니다. 지적이고 논리적인 사람 들을 멀리하고 사이비 종교로 얽힌 최순실이라는 여자에게 의존하여 무식하고 탐욕스러운 그녀의 이익을 위해 국정을 처리했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네 편 내 편을 가르고 내 편에게는 특혜를 주고 네 편은 적으로 돌려 철저히 탄압하는 정책을 폈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권력을 이용하여 법 위에 군림하며 아무리 나쁜 짓을 저질러도 법에 의해 처벌되지 않았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비싼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공부에 열중할 때 권력의 힘으로 특정 학생이 아무 노력 없이 특혜로 입학하고 졸업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순식간에 국민의 80%이상이 분노했습니다. 그녀를 지지하여 대통령이 되도록 투표했던 사람들의 90%가 그녀에게서 돌아설 정도의 엄청난 분노였습니다. 촛불 집회가 6개월 동안 주말마다 열렸습니다. 연인원 1500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박근혜의 지시로 최순실의 이권을 위해 동원되었던 사람들이 구속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의결되었고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검찰과 특별 검사가 기소했습니다.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전직 대통령 박근혜가 구치소에 수감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해방 후 권력의 편에 서서 온갖 특혜를 누려 왔던 소수의 기득권자 들에게 위기가 찾아 왔습니다. 70여 년 간 법 위에 군림해 왔던 보수 세력이 그들을 비호해 왔던 권력의 정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를 느낀 것입니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동원된 단체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분노한 80% 국민들의 호응을 받은 촛불 집회의 위력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동원합니다. 돈으로 동원된 숫자는 늘어 났지만 뒤에서 기획을 하고 돈을 대는 그들의 모습도 들어 났습니다. 짐작한 대로 권력과 결탁하여 돈을 축적한 재벌들과 대형 교회 그리고 온갖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정부 기관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누가 기득권자 들인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6개월 간 벌어졌던 한국 상황을 보면 기득권 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인구의 5%에서 많게는 10% 정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그들은 70% 이상의 재력과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법 위에 군림할 수 있었습니다. 70년이라는 세월 그 뿌리가 깊습니다. 박근혜를 구속 수감 한 것으로 기득권 세력이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힘이 없어진 박근혜를 버리고 또 다른 박근혜를 내세워 그들의 세력을 지키려 할 것입니다.

기득권 세력은 많아야 10%정도 밖에 안 되지만 그들이 장악한 언론들이 마치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진 것처럼 진보와 보수 이념 대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돈이 궁한 어버이 들과 엄마 들을 동원해 그들을 극단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물론 6,25 전쟁을 겪은 나이 많은 분들이 기득권에 상관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단으로 내몰린 사람들에 의해 분위기는 폭력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념 대결이라는 이름은 항상 기득권자 들이 짜놓은 Frame입니다.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의 모양을 숨기기 위해 이념이라는 근사한 언어로 포장하지만 일반 민중은 굶지 않고 핍박을 받지 않으며 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공정한 사회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정치체제가 왕정이든 제정이든 공화정이든 상관없이 기득권자 들의 과도한 욕심으로 그 틀이 깨질 때 그 권리를 찾기 위해 들고 일어났던 것이지 어떤 특정한 이념을 위해 들고 일어났던 것이 아닙니다. 권력과 재력을 갖고 일반 민중을 지배해 왔던 기득권자 들의 횡포가 일반 민중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할 때 견디다 못한 민중이 들고 일어나 권력을 무너뜨렸습니다. 비록 권력을 무너뜨리진 못하였다 해도 권력 스스로 위기 의식을 느껴 횡포를 줄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민중이 들고 일어났을 때 그 것을 진압하려는 기득권자 들이 무차별한 폭력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 갔습니다. 기득권자 들이 일반 민중과 공존하기 위해 나눌 줄 알았다면 인류사에서 어두운 역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현명하게 극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로마가 그랬습니다. 120년에 걸친 카르타고라는 나라와 치른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하여 로마는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했습니다. 전쟁 비용을 부담했던 로마의 귀족들은 승전한 지역에서 많은 농토를 차지하여 엄청난 부를 쌓은 반면 전쟁에 군인으로 참여했던 농민들은 일손이 없어 자신들의 농토마저 잃고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양극화가 된 것입니다. 사회는 혼란으로 치닫습니다. 이런 현상을 타개하지 않으면 로마가 위태롭다고 자각한 집정관이 있었습니다. 그락쿠스 형제가 귀족이 소유한 농토의 면적을 제한하여 도시를 떠도는 빈민들에게 나누어 줄 개혁 정책을 폅니다. 귀족들이 반발하여 형을 죽여버리고 집정관에 당선되어 형이 펼치려 했던 개혁정책을 다시 시도하는 동생마저 제거합니다. 그 후 100여 년간 로마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원로원파와 개혁적인 민중파로 갈라져 격렬하게 투쟁을 벌이는 혼란기를 거칩니다. 그락쿠스 형제 시대에 3000여명이 죽고 원로원 파인 술라 시대에 5000여명이 죽습니다. 이 피의 숙청은 주로 기득권자인 원로원파 들이 반대파를 죽이는 양상으로 진행됩니다. 개혁적이며 민중에 친화적인 씨저 시대와 씨저의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의 시대 수만 명이 죽는 내전을 거친 후에야 로마에 평화가 찾아 옵니다. 이런 역사를 반면 교사로 삼는다면 어떻게 해야 많은 사람이 죽는 폭력적인 사태 없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에 대한 명쾌한 답이 나옵니다.

비단 로마시대 만이 아닙니다. 루이 16세 때의 프랑스 혁명이나 레닌에 의한 러시아 혁명에서 기득권 세력의 횡포가 어느 정도 였으며 그에 대한 민중의 저항이 어떤 형태로 발전되고 그 결과 어떤 불행이 일어 났는가 하는 것도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 것입니다.

그런 역사의 준엄함을 안다면 권력을 차지한 사람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가를 알 것입니다. 일반 민중과 권력이 큰 불만 없이 공존하는 나라, 그런 나라가 바로 선진국일 것입니다